김준우 법무법인덕수 변호사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표의 비례성을 반영하는 취지의 선거제도 개혁 방안은 당위성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양대 정당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존 선거제도의 달콤함을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3당 이하의 소수정당들은 늘 정당 지지율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의석수를 기록했고, 선거제도 개혁은 헌법재판소의 전유물이 됐다.
그런데 최근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보수정당은 현재 선거제도의 기득권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제7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서울과 경기에서 평균 25%(광역비례 기준)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두 광역의회를 합쳐 현재 의석은 고작 11석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50%대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의회 총 110개의 의석수 중에서 101석을, 경기도의회에서는 총 142개의 의석수 가운데 132석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다. 당시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비례위성정당)의 지지율은 33.84%였고, 더불어시민당(민주당 비례정당)의 지지율은 33.35%였다. 만약 시민사회와 소수정당들이 요구했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채택했다면 (3% 봉쇄 조항이 유효한 조건에서)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10석 정도 더 많은 의석수를 얻었을 것이고,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을 합치더라도 지금보다는 적은 의석수를 차지했을 것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같이 표의 비례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도입이 진보정당들에만 유리하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이 얼마나 관념적인 것이었는지 국민의힘은 찬찬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단체장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오히려 지금 국민의힘에는 훨씬 득이었던 셈이다. 광역의회 연동형 비례제,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기초의회 3~5인 선거구제 도입 등에 관한 보수의 혁신적 전회를 기대해 본다.
2021-02-0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