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기고] 외면받는 사법부, 이제라도 바뀌어야/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입력 2019-07-16 17:20
수정 2019-07-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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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법무법인 캐이앤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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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국가지표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1심 무죄율은 0.71%다. 거꾸로 보면 유죄율이 99.29%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중국 99.9%, 러시아 99.8%, 일본 99%로 나온다. 이들 나라에서 재판을 받으면 거의 다 유죄 선고를 받는다. 반면 미국 59~84%, 영국 80~87%, 이스라엘 71.5%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유죄율이 높은 이유가 검찰의 수사능력이 유달리 뛰어나서가 아니다. 법원이 행정부의 판단, 즉 검찰의 수사기록과 기소결정에 의지하려고 할수록 유죄율도 올라가게 돼 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행정부 친화적이다. 사법부가 수시로 입장을 바꾸다 보니 국민은 사법부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 것인지,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사 때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그간 소임을 다하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반성했다. 2011년 취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협조하며 재판 결과를 논의하다가 구속됐다. 후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1월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대해 사과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과거사 해결 의지가 강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선임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한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다. 앞으로 대통령이 바뀌면 사법부의 성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개국 가운데 39위였다. 우리보다 사법부 신뢰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와 칠레(19%), 우크라이나(12%)뿐이었다. 1위는 덴마크와 노르웨이(83%)였고 OECD 평균은 54%였다.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잃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부가 일부 고위 법관의 일탈로 그간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법부는 쌓아온 명성 자체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신뢰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2019-07-1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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