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이견이 있으면 치열하게 협상하고 절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합의가 된 것부터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 여부는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공수처법에 이견을 보이는 바른미래당도 선거제도부터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은 동의할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자유한국당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의 반개혁파는 탈당을 하든지 할 것이다. 분명하게 정리되는 것이 각 정당에도 낫고 국민도 덜 피곤하게 하는 길이다. 만약 개혁에 실패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지금의 선거제도로 2020년 총선을 치른다는 것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문재인 정권 심판이냐 아니냐의 구도로 치러질 총선은 정쟁과 비방으로 얼룩질 것이다. 미세먼지, 주거, 일자리, 복지, 조세 등 국민의 삶의 문제는 제대로 토론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유권자는 투표장에서 ‘누가 덜 나쁘냐’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현행 선거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그것은 철저한 오판이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가 집권 여당에 유리하기는 어렵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만약 정치 개혁과 검찰 개혁마저 실패한다면 도대체 국민에게 ‘무엇을 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가? 따라서 자기 당의 유불리를 아직까지도 따지고 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국회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다운 정치, 정당다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당리당략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4월이 넘어가면 패스트트랙은 어렵다. 최소 270일, 최대 330일이 걸리는 절차를 고려하면 시간이 없다. 개혁 실패 책임은 합의를 깬 제1 야당에도 있지만 집권여당에도 있다.
2019-04-1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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