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제내성결핵, 제대로 관리해야/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기고] 다제내성결핵, 제대로 관리해야/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입력 2019-03-25 17:48
수정 2019-03-2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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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제일 높다. 일본과 비교해 4.5배 이상이고, 중국보다도 높다. 2017년 전국에서 약 3만 4000명의 환자가 신고 됐으니 매일 100명 가까운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중 매년 700~800명 발생하는 ‘다제내성결핵’이 가장 심각하다. 처음 결핵을 치료하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1차 항결핵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결핵이다.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라팜핀 등 2차 항결핵약제 등은 1.5~2년간 장기 복용 또는 투약해야 하며 1차 항결핵제보다 효과가 낮고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3명 중 2명만 겨우 치료에 성공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객담(가래)으로 활동성 결핵과 리팜핀 약제의 내성 여부를 하루 만에 진단할 수 있는 엑스퍼트 검사는 지난해 11월에서야 보험 급여가 가능해졌다. 리팜핀 외 다른 약제의 내성을 알 수 있는 신속내성검사와 액체 배지 내성검사는 아직 모든 환자에게 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거나,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아 시행률이 낮다. 그 결과 많은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치료 시작 후 2~3개월 후에나 약제 내성 여부를 확인하게 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또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철저한 관리로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의 25~30%는 치료를 중단하거나 병원을 옮겨 최종 치료 결과를 알 수 없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확인하는 직접 복약 확인 절차를 시행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전에 결핵 치료를 받지 않은 초치료 결핵 환자다. 다시 말해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통해 바로 다제내성결핵에 감염된 환자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진단이 늦어짐에 따라 치료가 지연되고, 관리 또한 미흡하니 이렇게 억울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대만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조기 진단 검사의 적극 도입과 효과적인 약의 무상 공급 및 직접 복약 확인 등 철저한 환자 관리를 했다. 그 결과 치료 중단율을 3% 미만으로 낮추고, 치료 성공률을 80% 이상으로 올렸다. 환자수도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다제내성결핵의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철저한 환자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추가 감염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민간 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다.
2019-03-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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