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요인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인 반면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비용을 연간 최대 246조원으로 추산했고 사회갈등지수가 10% 낮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이 최대 5.4%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신뢰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터넷은 무한대의 정보와 연결의 확장을 제공한다. 하지만 혜택의 이면에는 진위와 출처 분별이 어려운 허위 정보가 범람하고 국민적 역량을 모을 사안마저 갈등의 도구로 삼는 ‘양명(揚名)의 전문가’들의 활갯짓이 요란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보 대신 사익 담긴 주장을, 식견 대신 아이디어를 파는 이가 늘어나며 역량과 책임을 갖춘 전문가의 자리는 좁아지고 전문성의 수준도 하락하며 사회적 신뢰 기반도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 불안 해소에 기여하는‘선(善)한 전문가’가 누군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전문가의 기준과 범위, 역할과 책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통상 개인적 영역에 머물던 ‘장이’가 대중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때 ‘전문가’ 호칭을 붙인다. 국민 상식과 지성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국내외 지혜를 모은다면 진정한 전문가와 사이비 간 대강의 기준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조예, 언행의 파장을 고려하고 사리에 치우치지 않는 공적인 책임감 등이 전문가의 필요 요건이 될 수 있다.
옥석구분의 방안으로 ‘전문가닷컴’과 같이 자천타천의 전문가를 살펴보는 빅데이터 기반의 전문성 검증 플랫폼을 구축함은 어떠한가.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움으로 모든 말과 글이 기록, 공개됨에 따라 이제 상식과 지성, 긍정과 합리의 관점에서 누가 사회에 기여하는 선한 전문성을 지켜 왔는지 비교 검증을 통해 변별할 수 있게 됐다. 이후부터는 정부와 정당, 언론, 기업 등 사회 각층에서 활용하는 전문가에 대해 이 기준을 주기적으로 대입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신뢰 회복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들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합의된 신뢰를 보내는 문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소모적 논쟁을 줄여 주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길라잡이이자 추동력이 되도록 국민적 지지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중략)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후략)’ 밥 무어헤드의 시 ‘현대의 역설’은 기술 발달의 모순을 예리하게 벗겨 낸다. 어디로 나아갈지 뜻을 모으기 힘든 현실을 끊기 위해 진정한 정보(情報)와 전문가(專門家)를 찾는 결단이 필요하다.
2016-03-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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