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한의학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없나/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기고] 왜 한의학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없나/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입력 2015-10-15 18:22
수정 2015-10-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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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근 중국은 과학 분야 첫 노벨상 수상으로 연일 축제 분위기다. 특히 중의학을 활용해 수상한 노벨상이라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수상자인 투유유는 물론 리커창 총리까지 나서 이번 수상을 통해 중의학이 세계 보건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반기고 있다.

중국의 중의학 육성 발전 지원은 이미 1950년대 마오쩌둥 시절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투유유 역시 1950년대 중의학 육성 정책 중 하나인 서의습중의 정책을 통해 약대 학부 과정을 수료하고 2년 반 동안 중의학을 공부한 뒤 중의과학원에서 평생을 중의학 연구에 힘써 온 인물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 헌법에도 중의학을 육성 발전시키라는 것을 명시했을 정도다. 최근에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호주까지 건너가 호주중의센터 건립식에 참석하고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회에서 중의학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중의학에 대한 지원을 더욱 늘리겠다고 공표까지 한 마당이다.

이러한 육성 발전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은 중의학을 통해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다. 또한 중의학을 활용한 중성약 개발로 연간 4조원이 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해외 수출은커녕 국내에서 현대화된 한약조차 개발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과는 천양지차다.

한국에는 중의사보다 우수한 한의사가 있고, 투유유가 평생 중의학을 연구한 중의과학원에 해당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있다. 중국 위생부 중의약관리국에 해당하는 한의약정책관실도 있다.

그런데 왜 중국은 중의학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했고 한국은 실패했을까. 답은 정부의 각국 전통 의학에 대한 육성 발전 의지에 있다.

중국 중의약관리국의 1년 예산은 1조 3600억원이 넘는다. 반면 한국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의 1년 예산은 220억원으로 차이가 엄청나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 3596억원 중 한의약 관련 예산은 114억원으로 전체 대비 3.2%에 불과하다.

중국 중의과학원에는 6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임상 연구를 위한 6개의 산하 병원을 두고 있다. 한국 한의학연구원은 정규직 기준 150명도 채 되지 않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을 뿐이며 임상 연구를 위한 병원은 한 곳도 없다.

노벨상은커녕 이대로 10년만 더 흐른다면 서양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동양의학을 받아들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미국 등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우리의 한의학 기술을 수입해 사용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한국에는 중의사보다 훨씬 우수한 인적 자원인 한의사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만 해 준다면 60년 앞선 중국의 중의학 육성 발전 지원을 10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

이번 중국의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가 동양의학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대한민국도 한의학에 대한 인식과 양방 일변도의 의료 체계를 개선한다면 한의학으로 노벨상을 거머쥐고 미래 세계 바이오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다. 2만 한의사들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다.
2015-10-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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