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재정난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는 2012년부터 3년간 내리 큰 폭으로 세입 결손을 기록 중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사회복지비 지급 불능을 호소한다. 1997년과 2008년에도 없던 일이다. 재정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앙·지방정부 사이에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복지재정 책임 분담을 둘러싼 상호 불신과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34조원 규모에 이르는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을 개편하자는 논의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일부에선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이 지자체의 자체 세입 확충 노력을 저해하고 복지 수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지방교부세 개혁 방안이 간과하는 것은 자칫 지방교부세제도의 존립 가치를 훼손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위험성이다.
현대 복지국가의 기본적 역할 중 하나는 지역 간, 지자체 간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 것이다. 지역 간 표준행정서비스라고 한다. 지방교부세는 바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다. 또한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에는 지역 간 사회적 연대 의식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지방교부세를 나눠 주지 않는 불교부 단체가 존재하고, 재원 배분에서 첫 번째 원칙으로 지역 간 형평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사회적 연대 의식을 위해서다.
현재 243개 지자체 중 127곳이 공무원 인건비보다 지방 세입이 더 적다. 78곳은 지방세에 지방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 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할 수준이 못 된다. 이런 지자체 주민에게도 국민으로서 누릴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지방교부세다. 지역 간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 상황에서 하나의 공동체로서 국가의 통합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물론 ‘배급제’ 형태인 현행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이 지방재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외부 재원에 의존하도록 조장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 지방교부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행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이 안고 있는 일부 비효율성은 지역 간 형평성 확보와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해 우리가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정당한 사회적 기회비용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방교부세 개편을 논의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또 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 재원을 지자체에 배분하는 게 아니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독립공유재원’ 형태로 공동으로 소유하는 지자체의 ‘고유재원’이다. 지방교부세는 원래 지자체가 가져가야 할 몫이며, 중앙정부는 재원배분 역할만 맡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 논의에선 재원의 주인인 지자체에 의견을 구하고 이를 존중하는 절차에 소홀했다. 앞으로 지자체 뜻을 반영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수평적인 협력이 작동한다면 재정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동력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현대 복지국가의 기본적 역할 중 하나는 지역 간, 지자체 간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 것이다. 지역 간 표준행정서비스라고 한다. 지방교부세는 바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다. 또한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에는 지역 간 사회적 연대 의식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지방교부세를 나눠 주지 않는 불교부 단체가 존재하고, 재원 배분에서 첫 번째 원칙으로 지역 간 형평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사회적 연대 의식을 위해서다.
현재 243개 지자체 중 127곳이 공무원 인건비보다 지방 세입이 더 적다. 78곳은 지방세에 지방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 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할 수준이 못 된다. 이런 지자체 주민에게도 국민으로서 누릴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지방교부세다. 지역 간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 상황에서 하나의 공동체로서 국가의 통합성을 확보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물론 ‘배급제’ 형태인 현행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이 지방재정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외부 재원에 의존하도록 조장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 지방교부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행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이 안고 있는 일부 비효율성은 지역 간 형평성 확보와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해 우리가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정당한 사회적 기회비용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방교부세 개편을 논의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또 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 재원을 지자체에 배분하는 게 아니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독립공유재원’ 형태로 공동으로 소유하는 지자체의 ‘고유재원’이다. 지방교부세는 원래 지자체가 가져가야 할 몫이며, 중앙정부는 재원배분 역할만 맡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 논의에선 재원의 주인인 지자체에 의견을 구하고 이를 존중하는 절차에 소홀했다. 앞으로 지자체 뜻을 반영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수평적인 협력이 작동한다면 재정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동력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15-05-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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