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이실직고하라” 지시하고
송 전 대표 당장 귀국해 수사 응하라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논평 발표하는 국민의힘 정동혁 원내대변인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당내 인사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까닭은 일응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대장동과 백현동을 비롯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천문학적 액수의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방탄’에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민주당 아닌가. 구시대 유산인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은 물론 당헌ㆍ당규까지 바꾸어 대표직을 유지토록 했다. 이런 마당에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주고받은 인사들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려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 전당대회가 이 대표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민주당이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본다.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전 대표는 당시 이 대표 진영의 지원을 받았고, 이후에도 줄곧 두 사람은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대선 경선 때는 다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를 지원해 일각에서는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민주당의 ‘자체 진상규명’은 ‘부패 정당’이라는 비판도 피하고 싶고, 명확한 진상규명으로 파문이 확대되는 것도 막고 싶다는 이율배반이 낳은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
돈봉투는 누구보다 주고받은 사람이 내용을 가장 잘 안다. 외부에서 흘러들어간 거액이 당내에 뿌려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돈을 건네받은 당사자들 스스로 국민에게 이실직고하고 사죄하는 게 먼저가 돼야 한다. 이 대표가 앞장서서 “돈 받은 사람들은 당장 이실직고하라”고 해야 마땅한 일이다. 프랑스에 있는 송 전 대표도 당장 귀국해 진상을 밝히고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게 집권여당 대표였던 정치인의 도리다. 민주당의 진상조사는 이런 고해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민주’라는 이름도 이참에 던져야 한다.
2023-04-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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