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농단’ 박근혜 ‘무반성’ 사면, 아쉬움 크다

[사설]‘국정농단’ 박근혜 ‘무반성’ 사면, 아쉬움 크다

입력 2021-12-25 03:00
수정 2021-1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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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최근까지도 청와대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혀 왔다. 까닭에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문 대통령의 독자적인 결단으로 사나흘새 전격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면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섯 번째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밝혔던 사면 원칙을 깼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부패범죄와 반(反)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뇌물·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0년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 스스로 공약을 파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사면을 하려면 최소한 당사자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아직 어떠한 반성과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 어떤 동의도 없이 진행된 사면은 ‘촛불민심’을 배반한 것이며 국론을 다시 분열시켰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여당 안에서조차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쉽게 감옥을 나온다면 법치주의 근간은 무너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안민석 의원)이라는 지탄이 나온다.

 국민 통합과 갈등 치유라는 대의명분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시기와 절차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달여 남긴 시점에 이뤄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럴거면 올 초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을 거론했을 때 단행하는 게 나았을 듯 싶다. 아예 대선이 끝난 뒤인 내년 3~5월 임기 종료 전에 했다면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자초하진 않았을 것이다.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15대 대선이 끝나고 나흘 뒤인 1997년 12월 22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건의로 김영삼 대통령이 단행했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놓고 야권에서는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갈라치기 사면’이라고 반발한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복권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단행한 것도 ‘1+1’의 정치적 거래로 읽힐 수 있다. 물론 반대 여론만큼 사면을 환영하는 여론도 많다. 사면은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인 만큼 이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길어져서는 안된다. 국론 분열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국정농단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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