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與 대선공약 개발 하청기관 되는 일 없어야

[사설] 정부가 與 대선공약 개발 하청기관 되는 일 없어야

입력 2021-10-30 05:00
수정 2021-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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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민주당의 대선 공약 개발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7월 말 과장급 간부들을 모아 놓고 김경선 차관 주재로 정책공약 회의를 열었고 이후 이 회의를 바탕으로 수정 자료를 만들어 8월 3일까지 제출하라는 이메일을 과장급 간부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메일에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때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절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 과제’라는 용어를 통일하라”는 지시가 담겼다는 점이다. 이 문구는 수신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뜻에서 별도의 굵은 글씨로 표기됐다고 한다. 심지어 메일에 첨부된 파일 제목도 ‘정책공약(안) 차관 회의 후’라고 한다.

여가부는 이를 두고 “중장기 정책 발굴을 위한 작업이었을 뿐 특정 정당의 공약 개발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자료를 내 반박했으나 메일 첨부 파일명이나 주의사항 등에 미뤄볼 때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부처 차원에서 공약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검토하면서 행정부의 정치 중립 위반 문제를 의식해 입단속을 시켰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한 하 의원 주장이 보다 실체에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여가부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김 차관 주재 회의에 즈음해 민주당 측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문위원의 자료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가족 관련 공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정부가 잘 아니까 공유를 해주면 참고하겠다”고 전문위원이 요청해서 이를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회의와 이후 정책개발 추진 작업이 민주당 측 요구의 연장선에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후원금 횡령 사건 등에서 여권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 결국 부처 폐지론까지 맞닥뜨린 여가부가 대선 정국에서 그럴 듯한 정책비전으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벼랑 끝에 선 처지라 해도 그것이 집권여당의 정책공약 개발 하청기관을 자처하며 정부 부처가 대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여당의 대선 공약을 통해 자신들의 내일을 보장받으려 시도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조직 이기주의에 따른 관건선거 자임이라고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달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산업부 직원들에게 대선 캠프의 공약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번 여가부의 논란이 문 대통령의 경고가 헛말이 아님을 보여줄 계기라 하겠다. 국무총리실과 감사원은 여가부의 민주당 공약 개발 뒷바라지 의혹의 실체를 철저히 가리고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철저히 살펴 울산시장 선거에서의 관권 개입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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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왼쪽)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영애 장관의 답변 자료를 살피고 있다. 김 차관은 지난달 말 과장급 간부들과 정책공약 회의를 갖고 민주당 대선공약 관련 정책 개발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여성가족위 위원인 전주혜, 김정재, 김미애, 서정숙, 양금희, 이양수 의원 등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차관이 직원들을 시켜 여당 대선공약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즉각적인 김 차관 경질을 촉구했다.
김경선(왼쪽)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영애 장관의 답변 자료를 살피고 있다. 김 차관은 지난달 말 과장급 간부들과 정책공약 회의를 갖고 민주당 대선공약 관련 정책 개발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여성가족위 위원인 전주혜, 김정재, 김미애, 서정숙, 양금희, 이양수 의원 등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차관이 직원들을 시켜 여당 대선공약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즉각적인 김 차관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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