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임명 주도권 쥔 野…청문회 조기 수용 난국 돌파를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의 국정은 중단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무엇보다 경제는 사실상 정책 사령탑의 부재(不在) 속에 갈 길을 찾지 못한다. 입만 열면 민생(民生)을 외치던 청와대지만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국민의 삶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어떻게 하면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을 뿐이다. 친박과 비박이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분당(分黨)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은 여당이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 개입할 여지마저 상실했다. 이미 무너져 버린 경제일망정 정책 리더십이나마 하루빨리 다시 세울 수 있을지는 오히려 야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에 물어봐야 한다.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것이 지난 2일이니 다음주면 한 달을 채우게 된다. 임 후보자는 지명 초기 현재의 경제 상황을 살얼음판을 걷는 위기라는 ‘여리박빙’으로 규정하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 청문회 개최에 주도권을 가진 야권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동안 기재부에 꾸려졌던 청문회 준비팀은 활동을 중단했다. 후보자에 대한 기재부 실·국장의 업무 보고 역시 벌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이 슬그머니 유일호 부총리에게 다시 넘어갔지만 영(令)이 설 리 없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모르지 않는다.
민주당이 임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와 임 후보자의 인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뜻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탄핵 정국에 접어들어 ‘국회 추천 총리’도 물건너 갔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엊그제 “이 문제를 야 3당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임 후보자 청문회를 서둘러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임 후보자든, 유 부총리든 빨리 선택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돌고 있다. 경제 정책의 리더십을 조기에 다시 세워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순실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하려면 강력한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필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후보자가 민주당은 당연히 마땅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라고 임 후보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조기 청문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최순실 사태는 최순실 사태, 경제 살리기는 경제 살리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큰불이 났는데 최선의 장비인지 차선의 장비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2016-11-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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