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퍼트 美 대사가 꺼낸 통상압력 전주곡

[사설] 리퍼트 美 대사가 꺼낸 통상압력 전주곡

입력 2016-06-02 22:52
수정 2016-06-0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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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통상 마찰이 본격화할 조짐인가. 엊그제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세계경제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한국의 법률 시장 개방을 거듭 촉구한 게 그 전주곡처럼 들린다. 그는 특히 “한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한국 측에 자동차 관련 규제 폐지와 법률 시장 개방을 한목소리로 요구해 온 미 조야의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심 발언’이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통상 논리를 개발하되 괜한 분쟁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할 때라고 본다.

한·미 간 통상 갈등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엔 어느 때보다 불길한 느낌이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미국 내 여론이 보호무역 기조로 급선회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게임 체인저’로 나서면서다. 그는 한·중·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엄청난 대미 흑자로 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을 펴 왔다. 한·미 FTA를 재검토하겠다는 위협도 그 일환이다. 엊그제 트럼프 선거캠프 사령탑 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한 술 더 떠 “한·미 FTA로 무역적자가 240% 늘어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문제는 이런 논리 비약적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조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반대로 돌아섰지 않나. 미 상무부가 지난달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대해 최대 47.8%까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 대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 중 누가 이기더라도 우리의 제2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한다. 때마침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던 미 재무부 제이컵 루 장관이 어제 방한했다. 그를 통해 미 조야의 기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FTA 체결 이후 상품 수지에서는 우리가 흑자를 늘려 가고 있지만, 직접 투자는 미국보다 우리가 더 많이 하고 있다면 적극적 방어 논리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미국의 요구가 없더라도 우리도 스스로 필요한 규제 완화를 선제적으로 이행해 통상압력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식의 엄포가 지금은 작은 너울성 파도일지 모르나 엄청난 쓰나미를 예고한다고 보고 치밀하게 미리 대응해야 한다.
2016-06-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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