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망신 해외 성매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사설] 나라 망신 해외 성매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입력 2016-04-20 18:02
수정 2016-04-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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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 망신이 없다. 한국과 미국 경찰이 미국 뉴욕과 뉴저지의 성매매 업소 10곳을 덮쳐 한국인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우리 경찰은 두 나라가 성매매 단속에 합동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딱한 이야기다. 원정 성매매를 얼마나 단속하기 어려웠으면 미국 경찰 손까지 맞춰야 했을지 낯이 화끈거린다.

더군다나 이번 단속은 미국 쪽에서 먼저 공조 요청을 했다. 연방경찰(FBI) 250명이 투입돼 한국인 업주 등 4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현지에 인력을 나눠 은밀하게 영업하는 조직 형태를 갖췄다. 미국 온라인 광고 사이트에 현지 한인 성매매 업소 수십 곳을 국내 체류 중인 피의자가 원격으로 관리하고, 현지의 조직책이 성매매 업소를 돌며 수수료를 받는 식이었다. 사이트 관리자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인 데다 이 사업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사실도 혀를 차게 한다.

해외 원정 성매매로 우리나라가 오명을 뒤집어쓴 지 오래다. 한국 남성들이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성매매 업소가 생긴다는 뒷말을 들을 정도다. 원정 성매매 행태는 갈수록 다양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해외 관광을 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황제관광’이 덜미를 잡혀 수백 명이 집단 망신을 당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면 수천 명의 남성 회원들이 가입한다는 현실이다. 이러니 원정 성매매가 독버섯처럼 번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 여성들이 해외에 나가서 성을 파는 실태도 갈수록 심각하다. 나라 밖에서 성매매 수출 대국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젊은 한국 여성이 동남아 국가에 입국하면 덮어 놓고 애매한 시선을 받는다. 미국 단속에서 걸린 성매매 여성들도 비자면제 방식으로 들어간 20~30대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키고 있다. 해외 인권보고서에는 관광지 아동까지 성매수하는 요주의 고객군으로 한국 남성들이 지목돼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성 상품화에 무감각해진 인식부터 바로잡혀야 원정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다. 해외 현지의 경찰과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단속 작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 적발되더라도 기소유예 처분이나 받고 마는 지금의 처벌 수준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해외 성매매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들도록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2016-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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