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사설] 소청委 온정주의 버려야 복지부동 잡는다

입력 2016-03-07 18:10
수정 2016-03-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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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퇴출 방안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어제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해 징계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마련됨으로써 일하는 공직사회 풍토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묻지마 감경’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무력화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이번 조치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일하다 ‘그릇’ 깨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불문율이 통한 게 사실이다. 규정이 없어도 재량권 범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나중에 감사에 걸리면 골치 아프다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은 인허가 사항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민원인들을 오라 가라 하며 ‘갑질’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무사안일과 같은 소극행정도 징계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부작위 개념 등이 모호한 점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 징계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상급자의 눈치 보기나 인사권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관련 부처에서 공무원들에게 파면 같은 중징계를 내렸어도 소청심사위원회에만 가면 흐지부지된다면 징계 규정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소청심사제는 공무원이 받은 징계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심사·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서울시 모 구청의 국장이 건설업체로부터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아 단돈 1000원만 받아도 징계한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적용을 받아 처음으로 해임됐다. 하지만 이 국장은 서울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해임’에서 ‘강등’으로 감해졌고,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결국 복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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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불법 성매수를 해 징계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감경을 받은 적도 있다. 2008~2012년 소청심사 건수 3781건 중 약 42%인 1579건이 감경을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소청위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징계가 무력화된다면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묻지마 감경’을 일삼는 소청위부터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6-03-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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