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저균 실험하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사설] 탄저균 실험하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박홍환 기자
입력 2015-12-17 23:06
수정 2015-12-18 01:2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주한 미군이 애초 해명과 달리 한 차례가 아니라 16차례나 탄저균 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15차례에 걸친 실험은 수도 서울 한복판인 용산기지에서 했다고 한다. 주한 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와 관련해 한·미 공동으로 구성된 ‘합동실무단’은 어제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무단에 따르면 지난 4월 오산기지에 탄저균 표본이 반입될 당시 페스트균도 함께 배송된 것으로 밝혀졌다. 치명적인 탄저균 실험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토록 빈번하게 우리 곁에서 실시됐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만 하다.

미국 측은 지난 4월 오산기지로 각각 1㎖ 분량의 사균화된 탄저균과 페스트균 표본을 배송했다고 한다. 오산기지에서는 표본들을 희석 처리한 뒤 5월 20일과 26일 일부를 실험에 사용하고 멸균 비닐백에 넣어 고압멸균 방식으로 폐기했다. 또 나머지 표본은 같은 달 27일 미 국방부 지시에 따라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침수하는 방식으로 제독 처리한 뒤 폐수처리장으로 흘려보냈다. 사후 처리가 완벽했고, 피해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실무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미국 측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한 조사여서 한계가 있다.

물론 북한이 이미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비롯해 총 13종의 생물학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이에 대한 대비는 불가피할 것이다. 아무런 대비책 없이 테러 또는 전면전을 통한 북한의 생물학 무기 공격에 직면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속출할 것은 불문가지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생물 방어능력 향상을 위한 실험이나 훈련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문제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관련 정보가 한 점 누락 없이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송 및 실험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보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미 양국이 향후 주한 미군의 생물학 검사용 표본 반입 때 우리 측에 표본의 종류와 분량, 배달 방법 등을 통보하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의 권고문 개정안은 어제부터 즉각 발효됐다. 지금까지는 사균화된 탄저균과 페스트균만 배송됐다고 하지만 언제 살아 있는 탄저균·페스트균이 잘못 배송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그 어떤 대북 대비태세도 국민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 더이상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주한 미군의 탄저균 실험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2015-12-1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