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사구시 자세로 4대강 물 가뭄에 활용해야

[사설] 실사구시 자세로 4대강 물 가뭄에 활용해야

입력 2015-11-04 18:24
수정 2015-1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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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에 이어 수도권과 강원도로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제 당·정·청이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용수를 가뭄 극복에 활용하기로 했다지만, 만시지탄이란 생각이 든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는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여야 간 이견이 큰 데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문으로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부디 정치권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찬반 프레임에서 벗어나 피해 지역민들의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호소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40여년 만이란 이번 대가뭄으로 인한 중부권의 피해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보령 등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강제적 제한급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인천 강화군의 경우 3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10%에도 못 미칠 정도다. 지자체별로 저수지 준설과 관정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용수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오죽하면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모자라 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고 있겠나.

그런데도 4대강 16개 보에는 물이 가득하다고 한다. 피해 지역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22조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키운 ‘물그릇’을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 현재로선 4대강 물의 혜택을 인접 지역 17% 농지만 누리고 있지만, 4대강 보와 지류의 댐이나 저수지를 연결하는 도수로만 건설하면 더 많은 지역이 해갈될 수 있다. 우리가 금강 백제보∼보령댐 및 공주보∼예당저수지 연결 공사를 위한 예산을 요청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던 이유다.

물론 굳이 이 시점에서 야당 당적인 안 지사가 4대강 후속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해석할 까닭도 없다. 강을 준설해 홍수를 막고 보를 설치해 물을 담아 갈수기에 대비하자는 취지의 4대강 사업도 그 과정에서 수질이나 생태계가 오염될 가능성이 염려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순기능과 역기능이 뒤섞인 사업일지라도 이미 일단락된 마당에 관성적 반대에만 머물 것인가. 차제에 야권도 검증 안 된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다행스러운 조짐도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 예산심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백제보∼보령댐 간 도수로 공사 예산을 전액 국고 지원하라고 요청했다니 말이다. 부디 이런 실사구시적 자세가 자당 소속 도지사만 돕는 차원에 그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5-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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