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끼워 넣기’ ‘물타기’ 데자뷔 성완종 리스트 수사

[사설] ‘끼워 넣기’ ‘물타기’ 데자뷔 성완종 리스트 수사

입력 2015-06-22 23:36
수정 2015-06-2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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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파장 분위기로 알려졌던 검찰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뜬금없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금품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곧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리스트에 거명된 여권 핵심 인사 8명 외에 여야 정치인이 소환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고, 김 전 대표든 누구든 혐의점과 단서가 드러나면 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 게 옳다. 수사 대상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와대든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부여한 이면에는 성역 없이 사회의 악(惡)을 척결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김 전 대표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성역 없는 수사’라는 찬사를 보내기 앞서 ‘야당 끼워 넣기’ 또는 ‘물타기’ 데자뷔가 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미진하기 때문일 게다. 애초 이번 사건 수사는 성 전 회장이 죽음으로써 폭로한 8명의 금품 수수 의혹에서 출발했다. 리스트가 수사의 단초이자 본류였다. 하지만 본류 수사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검찰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명에게는 면죄부를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하고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등 5명에 대해서는 서면 답변만 받고 끝냈다. 대선 자금 수사는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앞서 얘기했듯 누구든 혐의점과 단서가 드러나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리스트 외에 다른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성 전 회장이 직접 남긴 증거인 리스트 속 8명에 대한 수사여야만 한다. 공여자의 진술이 남아 있는 ‘살아 있는 권력’은 불러 조사하지도 않고, 야당 유력 정치인을 포함해 다른 쪽으로 수사 방향을 트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혹여 ‘보이지 않는 손’의 가이드라인에 이끌려 ‘물타기’하는 것이라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타기’ ‘면죄부’ ‘끼워 넣기’ 수사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2015-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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