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순혈주의론 국민 기본권 보장 못 한다

[사설] 대법관 순혈주의론 국민 기본권 보장 못 한다

입력 2015-01-18 23:56
수정 2015-01-1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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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3인의 성향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는 강민구 창원지법원장, 검사장 출신인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한위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다. 참여연대는 “뒷걸음치고 있는 대법원, 균형이 무너진 대법원을 바로잡지도 못한 후보 추천이며 국민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인물을 추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대법원이 보수화하고 대법관 구성이 순혈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왔다.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 시기에는 몇 명에 불과했지만 진보적 성향, 지방대 출신 등을 중용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후 임명된 대법관들은 대부분 서울 명문대를 나온 보수적 색채를 띤 사람들이다. 현재 대법관 13명은 모두 판사 출신이며 11명은 서울법대를 나왔고 여성은 두 명밖에 없다. 이번에 후보자로 추천된 세 사람도 모두 서울법대 출신이며 남성이다. 명맥이 끊긴 검사 출신이 1명 있을 뿐이다.

사법시험에 일찍 합격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순혈’ 대법관은 대체로 소수·약자 보호에 소극적이다. 거친 세상과 힘든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각이 좁고 기득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중시하기보다는 권력 지향적이거나 순종적인 경우를 과거 인물들을 통해 익히 보았다. 다양성을 무시한 이런 순혈주의는 결국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현직 대법관이 동성 결혼의 주례를 설 정도로 구성원의 성향이 다양하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 15명 중 순수 법관 출신은 6명뿐이다.

양 대법원장은 2011년 취임사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하고도 실제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나 기업의 편에 선 적이 많았다. 사법부는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대법관의 구성부터 다양화해야 한다. 국회가 지난해 11월 발의한 대법관 중 절반을 판사 이외의 법조인으로 임명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속히 통과돼야 한다. 사법부는 일부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2015-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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