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이시티 의혹’ 엄정 수사만이 해법이다

[사설] ‘파이시티 의혹’ 엄정 수사만이 해법이다

입력 2012-04-24 00:00
수정 2012-04-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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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통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 사업자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대통령 측근 비리와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기 때문에 이번 수사에도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파이시티의 대표 이모씨로부터 최 전 위원장의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모씨를 통해 사업 인허가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10여 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의 돈을 두 사람에게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 성격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브로커 이씨가 2007년 당시 최 전 위원장이 회장으로 재직했던 한국갤럽으로 찾아가 사업 브리핑까지 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청탁이 없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을 갖는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밝힌 점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검찰의 수사가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불거져 나오는 각종 추측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그 결과를 명백하게 밝히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에 대한 파이시티의 로비 시도 의혹은 현재의 정치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권 후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리기 시작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이 파이시티 측을 집중적으로 만난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전인 2007년이다. 꼭 5년 전 이맘때에 해당한다. 파이시티 사건은 대선 캠프에 몸담은 대통령 후보 측근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처신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 후보들의 측근일수록 정권을 잡고 국정을 올바르게 수행하려면 대선 이전부터 늘 주위를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이다.

2012-04-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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