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심한 경찰 기본부터 다시 돌아보라

[사설] 한심한 경찰 기본부터 다시 돌아보라

입력 2012-04-09 00:00
수정 2012-04-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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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 수원의 성폭행 살인 사건을 보면 이런 경찰에 뭘 믿고 민생치안을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참담한 생각부터 든다.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 어제 경찰이 발표한 감찰 결과 발표는 한심하고 안일한 경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준다. 경찰은 사건의 신고 접수부터 지령, 현장 조치 등 부실한 초동대처를 인정했다. 실제로 112센터에서는 여성 피해자와 1분 20초 동안 통화했지만 시간만 허비하고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누가 그러는거냐.”, “주소를 다시 알려 달라.”는 등의 질문만 반복했다. 말문이 막힐 뿐이다.

결국 경찰의 부실한 초동대처로 피해 여성은 13시간 만에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국민 누구든 이 같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 일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경찰의 거짓말이다. 경찰은 언론의 취재에 다급한 나머지 잘못 말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처음에는 “피해자가 장소를 모른다고 했다.”, “당시 형사과 강력팀 35명을 동원해 불이 켜진 주택 등을 탐문조사했다.” 며 자신들에게 쏠리는 책임과 비난부터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112신고 운영체계 개선과 인력 교육 강화 등 치안시스템을 전면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노력만으로 재발 방지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 스스로 기본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경찰은 그동안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경찰이 검찰과 수사권 독립을 놓고 다툴 때도 국민은 경찰에 힘을 보태줬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경찰의 모습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민중의 지팡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스스로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경찰을 누가 믿겠는가. 이래서는 안 된다. 경찰의 철저한 자성을 촉구한다.

2012-04-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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