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영 화가
일의 종류가 달라지며 요령이 없으니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간단한 호미질도 익숙하지 않아 힘이 들고 쭈그려 앉아 바늘 찾듯 풀을 뽑다 보면 시간조차 주저앉은 듯 답답함이 밀려오곤 했다. 넝쿨을 조금만 방치하면 들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무성해지고 그 무성한 사이에 벌레들은 신나게 자리하고 가끔 새 둥지도 발견하고 그랬다. 모든 게 어설프니 힘이 든다고 투덜대는 시간이 많았다. 모르기에 막막했던 날들이었다. 일이 힘든 것은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라 우선 풀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잡초라 불려도 이름 없는 풀은 없는 법. 모를 때는 모든 것이 풀이고 제거해야 할 것이었는데 이제는 아는 것부터 제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잡풀이 자리한 곳을 보면 제대로 키우는 것이 없을 때 왕성하다. 잡초를 한꺼번에 다 정리하기는 어렵고 지칠 뿐이다. 키우고 싶은 모종을 정하면, 심을 자리 잡초를 제거한 다음 그 모종이 그 구역을 채우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절대 사라지지 않을 잡초들이다. 무성해져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나무들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가지치기가 왜 필요한지 시행착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필요한 도구들도 알아가는 중이다. 차차 익숙해지는 만큼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한계점을 금방 확인하게 될 듯하다.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커져버리는 욕심이다. 담 너머 커가는 복숭아를 보면 부럽고 길가에 아름답게 자라는 꽃들을 보면 키워 보고 싶어진다. 이 좁은 마당에서 말이다.
2020-06-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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