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영 화가
하루에 네 알씩! 한 판에 30알! 종이달걀판은 금방 채워지고 쌓이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족들 오면 나눠 주고 이웃에게 선물해도 시장에 내다팔지 않으니 열심히 먹고 나누어도 줄기는커녕 겨울임에도 켜켜이 쌓여 갔습니다.
그러다 봄 되어 암탉 두 마리가 알을 품었습니다. 병아리가 태어나기 시작하고 생명 그 신비함에 감탄하다 보니 닭장 안에는 30마리 넘게 닭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절로 나오던 탄성은 안타까운 한숨으로 바뀌고 먹는 것보다 처리하는 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 닭장 안에는 모두 정리하여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세 마리만 살고 있습니다. 달걀은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틀에 한 알씩 만나니 참으로 귀한 달걀이 되었습니다. 하나 있을 때 달걀 프라이 해 먹고, 두 알 모이면 풀어 떡국에 넣어 먹고, 네 알 되면 김밥에 넣을 지단을 만듭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많을 땐 몰랐는데 없으면 없는 대로 기다리다 만나는 달걀이 이리 맛있는 줄 몰랐습니다.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언제든 취할 수 있는 세상, 귀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귀하다는 말은 보통 구하기나 얻기가 아주 힘들 만큼 드문 것을 지칭하지만 보배롭고 소중하고 존중할 만한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귀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둘러봅니다. 조금 덜 갖고 덜 누리고 살 때 귀해지는 일상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9-01-16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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