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칼럼] 우선 민속박물관부터 종로로 옮겨라

[서동철 칼럼] 우선 민속박물관부터 종로로 옮겨라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10-12 22:12
수정 2016-10-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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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특별시의 지하 발굴 유적 보존 정책은 이름처럼 특별한 데가 있다. 대부분의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성과 학술적 가치를 도외시하면서 매장 문화재를 보존하기보다 개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서울시는 사대문 내부의 조선시대 유적을 현지 보존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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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논설위원
특히 서울시가 종로구 장사동 종묘 앞 세운상가 초입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지하 유구를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밝힌 것은 돋보인다. 종로와 맞붙은 이곳에는 세운상가라는 큰 건물군(群)의 일부였던 현대상가가 있었다. 현대상가를 철거한 뒤에는 도심 속 보리밭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발굴 조사에서 조선 전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4개의 문화층이 드러났다. 특히 제3문화층에서는 청동화로, 청동희준, 청동거울과 하늘 천(天) 자가 새겨진 전돌, 봉화무늬 수막새 기와가 줄지어 나왔다. 희준(犧尊)은 제사에 쓰는 술항아리로 일반적으로 소 모양이지만 소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서울시는 이곳을 한성부 중부 관아터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출토 유물로 볼 때 종묘의 제사와 관련된 시설이었거나 제사용품을 제작하는 장소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듯하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문화공간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하 유구를 그대로 보존하려면 종묘가 눈앞에 펼쳐지는 경사광장 아래 공연, 프리마켓, 전시 공간을 만든다는 애초 구상은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럴수록 도성(都城) 초축 시기 유구부터 20세기 세운상가의 콘크리트 기둥까지 켜켜이 쌓인 600년 서울의 역사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이곳은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다.

서울시가 도성의 역사를 복원하고 시민들이 그 흔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린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해당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서울시가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대문 내부는 어디를 파도 유적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실제로 세운상가 유적보다 훨씬 중요한 유적이 지금도 끊임없이 발굴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땅이 민간 소유라면 백이면 백 상징적 수준의 보존만 이루어지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종로만 해도 조선시대에는 광화문사거리부터 동대문까지 양쪽에 상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상점 거리 유구는 지금도 땅밑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벌써 육의전거리의 종로2가 상당 부분까지 고층 건물이 잠식했다.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남겨 놓은 손바닥만 한 유리창 너머 집터를 내려다보면서 옛날 상점거리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다간 조선시대 상점거리 흔적은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이다.

결국 민간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대문 내부 유적 보존을 아무리 외쳐 봐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세운상가 유적을 보존하듯 사대문 내부 유적을 보존하려면 결국 정부나 지자체를 비롯해 공공성 있는 주체가 해당 부지를 소유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마침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이 늦춰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을 부지로 점찍었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참에 접근성이 좋지 않은 용산 대신 종로를 대체지로 권해 본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인 종로에 도심 박물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민속박물관이 삶의 양상을 담는 공간이라면 상점과 시장이 어울린 종로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더구나 옛 상점거리를 부지에 포함시킨다면 지하 육의전 유구는 그대로 조선상업사관(館)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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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사대문 내부 유적 보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는 청사가 필요할 때 한적한 곳에 넓은 부지를 확보해 새로 짓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땅값도 많이 올랐을 넓은 청사를 팔고 도심 유적지에 청사를 마련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국가 기관인 민속박물관을 앞세웠지만 서울시 소속 서울연구원도 꼭 서초구에 있을 이유는 없다. 사대문 내부로 옮긴다고 연구 활동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서울 역사의 영구 보존이라는 값진 대가를 얻는다. 민속박물관이나 서울연구원뿐이겠는가.
2016-10-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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