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영 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사정이 이런데도 수도권 집중 심화와 학령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지난 10여년간 반강제적으로 국립대 통폐합이 이뤄졌다. 나빠지는 교육 여건에서 대학이 생존책을 모색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국립대 통폐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대학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그 초점은 무분별하게 늘어난 사립대에 우선 맞춰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 정책 등을 통해 부실사립대학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둘째, 국립대는 통폐합이 아니라 늘려야 한다. 얼마 안 되는 비중을 차지하는 국립대조차 국가가 운영비용을 온전히 책임지지 않는다. 사실상 반쪽 국립대학이다.
거점국립대학이 소규모 국립대학을 통합해서 대학 경쟁력이나 평판이 올라갔다는 설득력 있는 결과를 보지 못했다. 들려오는 소식은 무리한 통폐합에 따른 후유증이다. 교육 경쟁력은 덩치에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학부생 4500명, 칼텍은 900명에 불과하다. 버클리, 버지니아 대학 같은 대표적 주립대학은 경쟁력을 높이려고 다른 주립대와 통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지역대학 사례로 꼽히는 카이스트, 포스텍이 학생수가 많고 몸집을 불려서 그런 성과를 얻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적은 국립대를 늘리고 특성화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를 보면 10개의 연구중심대학(University of Califormia), 23개의 교육중심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 116개의 직업전문대학(California Community College)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각 시스템에 속하는 대학이 자기 역할을 또렷하게 하면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시스템 간에는 편입 등을 통해 학생 이동을 열어 놓는다. 이런 걸 참고할 만하다. 제안한다. 지금도 적은 국립대학을 통폐합으로 줄일 게 아니라 연구, 교육, 직업 중심으로 특화하면서 키워야 한다. 기형적인 고등교육 체제를 바꾸자.
2022-04-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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