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뼈/조온윤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볼 때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한 사람이 몸을 웅크려 ‘작은 것’을 봅니다. 시인은 뒤에서 그를 지켜봅니다. 날개뼈가 새의 날갯죽지처럼 가만히 솟아오릅니다. 시인이 차분하게 ‘비밀’을 포착하는 장면이 여기서 드러나는군요.
시인은 ‘등 뒤’의 표정을 읽는 사람입니다. 구부러진 등의 곡선을 보고, 누군가 숨 가쁘게 올랐을 생의 언덕이나 보이지 않는 새 무덤을 떠올립니다.
만약 ‘날개뼈’가 천사가 퇴화한 흔적이라면, 시인은 마지막까지 인간이라는 종(種)의 선의를 믿고 싶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신이 언덕 어딘가 숨겨 놓은 비밀을 찾아, 절뚝이면서도 나아가고자 하니까요.
등 뒤로 손을 돌려 날개뼈를 더듬어 봅니다. 새삼스레 신기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등을 똑바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요. 등은 내 몸에서 가장 먼 곳입니다. 나의 가장 먼 곳을 다른 사람이 먼저 알아봅니다.
신미나 시인
2022-10-14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