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변에서 동양하루살이를 만났습니다 깨끗한
물가에 살며 초록색 날개를 가지고 있어 팅커벨
이라 불리는 곤충 3일 정도의 일생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며 날 보고 깨끗하게 살라 합니다 욕심
버리라 합니다 비우고 또 비우라 합니다 이것 저것
재며 버리지 못해 자꾸만 주눅 들게 합니다
그런데 이 곤충도 죽으면 악취 풍긴다 합니다 욕심
많은 나와 별 다를 바 없다 합니다 다행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하루살이의 다른 이름이 팅커벨이었군요. 에니메이션에서 팅커벨이라는 이름을 만났을 때 비 온 뒤 하늘의 무지개를 보는 기분 있었습니다. 팅커벨 팅커벨 수레를 끌고 설원을 달리는 순록의 방울 소리가 떠오르지 않는지요. 신비한 초록색 날개를 지닌 이 작은 곤충이 하루나 사흘 이승에 머물다 떠난다 하니 마음 쩌릿합니다. 저물녘에 동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하루살이들이 달려듭니다. 손에 든 시집으로 휘휘 저어 내지요. 단 한 번 이녁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오늘 저물녘엔 기쁜 마음으로 이들을 맞을 것입니다. 팅커벨 팅커벨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당신은 단 하루 나는 반백 년 이상을 살았지요. 고통 속에서 꿈을 향해 나아갔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의 어두운 마음을 자유롭게 합니다.
곽재구 시인
2021-07-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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