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 초록 잎새들 옹아리 한다고?
고 어린 것들 촐랑촐랑 말 배우기 시작한다고?
뭐라고, 벌써 입술 꼼지락거리고 있다고?
조 작은 것들 마음 활짝 펴고 있다고?
그렇지 녀석들 환하게 웃을 때 되었지
고 예쁜 것들 깔깔대며 장난칠 때 되었지
그새 초여름 더운 바람 불고 있다고?
고 귀여운 것들 글씨 공부 꼬불꼬불 신난다고?
그해 4월 박완서 선생과 금강산 여행을 했다. 진달래꽃들이 숲속에 분홍의 구름을 드리우는데 가슴이 많이 설?다. 가이드를 하는 북녘 처자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어릴 적 우리 고향에서는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불렀는데…. 내 말을 들은 처자가 “여기도 참꽃이라 부릅네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두 볼에 참꽃보다 환한 분홍이 머물러 있었다. 4월이면 반도는 꽃들 환히 피고 연둣빛 이파리들 백두대간을 따라 북상한다. 꽃과 이파리들 따라 걸어가면 북녘 마을 사람들이 화전도 부쳐 주고 쑥버무리, 곰취 나물, 두릅 무침 한상 차려 놓고 오시느라 고생했소, 함께 손잡는 꿈 꾸어 본다.
곽재구 시인
2021-04-3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