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 주운(朱雲)
97×193.9㎝,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5
현실과 발언 동인, 12대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현실과 발언 동인, 12대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눈코입과 살과 뼈
육신이 투명해지도록 두들겨 맞고
비로소 밥 한 그릇 담는다
저 금빛 피멍
점묘화처럼 빈틈없이 찍힌 흉터
그러나 저들의 매질, 눈여겨보면
그건 단순히 밥그릇의 성형이 아니다
제 몸의 담장 허무는 일이다
내 놋주발에 밥 한 그릇 제대로 담지 못해
아침마다 숟가락 거머쥐는 것은
아직 매 덜 맞은 때문
손이 발이 되고 발바닥이 입이 되는
저 무한 경계의 사랑
이루지 못한 때문이다
‘시란 무엇인가?’라고 물어 오는 이가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이도 있다. 얕은 생의 이력으로 이 질문들에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짜 유기는 육신이 문드러지도록 매를 맞은 뒤 비로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담아낸다. 아름답고 철학적인 삶 아닌가? 시인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 앞에서 ‘제 몸의 담장 허무는 일’을 생각한다. 손이 발이 되고 발바닥이 입이 되는 무한 경계의 사랑을 생각한다. 삶이란, 시란 이 경계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혼신의 힘 아니겠는가. 점묘화처럼 빈틈없이 찍힌 흉터 아니겠는가.
곽재구 시인
2019-11-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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