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랑 누이랑
뽕 오디 따러 다니던 길가엔
이쁜 아가씨 목을 맨 버드나무
백년 기대리는 구렝이 숨었다는 버드나무엔
하루살이도 호랑나비도 들어만 가면
다시 나올 상 싶잖은
검은 구멍이 입 벌리고 있었건만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산길을 바라보고선 그만 맥을 버리고
코올콜 낮잠 자던 버드나무 그늘
사시사철 하얗게 보이는
머언 봉우리 구름을 부르고
마을선
평화로운 듯 밤마다 등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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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라는 말보다 북관이란 말을 좋아한다. 북관이라고 말하면 키가 크고 광대뼈가 불끈 솟은 남정네들 생각이 난다. 두만강 건너 대륙으로 이어지는 초원의 향기도 난다. 내 남은 꿈은 북관까지 도보 여행을 하는 일이다. 해남 땅끝에서 걷기 시작해 반도를 종단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짚신 두 축을 메고 걷다가 해가 지면 마을의 느티나무 밑에 천막을 치고 별을 보다 잠이 들 것이다. 이용악은 북관 사내다. 일제강점기,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길 걷다 버드나무 아래 잠드는 모습이 그에겐 안쓰러웠겠지만 내겐 꿈결처럼 느껴진다.
곽재구 시인
2019-05-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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