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 나무와 여인
27×19.5㎝, 하드보드에 유채
1914~1965. 화강암 질감에 토속적인 미감을 담은 ‘국민화가’
27×19.5㎝, 하드보드에 유채
1914~1965. 화강암 질감에 토속적인 미감을 담은 ‘국민화가’
기와 옹박지에다
물을 이고 오는데
발길만 돌에 톡 차이면
파사삭 깨져브러
집에는 또가리하고
바가치하고만 갖고 오네
어머니는 디지게 욕을 하는데
상윤이 머시매가 나를 똑똑 따라오네
***
글을 배우고 처음 시를 쓰게 된다면 어떤 시를 쓰게 될까. 조남순 할머니. 산 좋고 물 맑은 섬진강 자락에서 나고 자랐으나 글공부할 세월의 부드러움을 지니지 못했다. 평생 산밭에서 허리 구부려 일하고 논에 물 대고 가을에 알곡을 거둬들여 살붙이들을 먹일 수 있으면 그것이 삶이고 행복이었다. 그가 글을 배워 처음 쓴 시, 사랑의 시다. 한때 당신도 누군가의 뒤를 가슴 설레며 따라간 적 있지 않은지.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가슴 두근거린 적 없지 않은지. 삶이란 자신이 지닌 시간의 수레에 설렘을 싣고 가는 먼 여행이다. 세월이 한 갑자 돌았음에도 상윤이 머시매의 발걸음 소리와 붉은 동백꽃은 기억에 남는다.
곽재구 시인
2019-03-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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