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내곡동’(한지에 채색.87×190㎝).
중앙대 예술대학 및 동 대학원 한국화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한 복숭 나무에 어떤 열매는 붉고 어떤 열매는 파랗다
넌 누굴 닮아 그 모양이니?
그때마다 더 파래지곤 했다
어떤 이는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새를 날리고 장미를 꺼내지만
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신 그늘을 먼저 배우는 거랄까
그늘의 맛, 그러니
복숭이 간신히 내놓은 까슬한 뺨을
꾹꾹 눌러 확인하지 마라
여기까지 먼길,
파란 열매는 얼마나 가혹한 자책이겠느냐
복숭아는 여름 과일이다. 여름을 사랑하는 것은 이 계절이 복숭아를 내놓기 때문이다. 복숭아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달콤한 즙이 넘치는데, 이때만큼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잘 익은 복숭아는 붉은빛을 품은 연한 분홍색이다. 복숭아는 무른 과육이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 움푹 패고 쉽게 갈변한다. 어떤 복숭아는 끝내 익지 못해 파란색이다. 익지 못한 것들은 떫다. 그늘의 맛을 품기 때문이다. 시인은 파란 열매에서 실패에 대한 ‘가혹한 자책’을 읽어 낸다.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그늘의 맛울 품은 채 살기도 한다.
장석주 시인
2017-07-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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