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은 한 계절을 배신한다
딸기꽃은 탁한 밤공기를 앞지른다
어제는 그제로부터 진행한다
덮거나 덮힌다
성냥은 불을 포장한다
실수는 이해를 정정한다
상처는 상처를 지배한다
생각은 미래를 가만히 듣는다
나중에 오는 것은 적잖이 새로운 것
네가 먼저 온다 시간은 나중은 나중에 온다
슬프게 뭉친 것은 나중까지 오는 것이다
희부연 가로등 밑으로도 휑한 나뭇가지로도 온다
한번 온 것은 돌아가는 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시험도 결심도 않는다
시간은 나중 오는 것이다 네가 먼저 오는 것이다
창문은 세계를 보여 주는 액자다. 우리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본다. 창문은 집의 눈이다. 우리는 창문을 통해 한 계절이 오고, 다음 계절이 오는 것을 본다. 시인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배신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네가 먼저 오고 시간은 나중에 온다”고 말한다. 어쨌든 오는 것은 모두 시간과 함께 온다. 우리는 창가에 앉아 생각을 한다. 이때 생각은 “미래를 가만히 듣는” 것. 창문이 없다면 내게 오는 것들, 즉 너도, 내일도, 미래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창문의 완성은 곧 집의 완성이다.
장석주 시인
2017-06-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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