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검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턴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탑을 점검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 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이 세계를 움직이는 시스템과 그 견고한 폭력을 떠올렸던 것 같다. 시를 쓰는 일이, 저렇게 내몰린 이들이 살 수 있는 무허가 방 한 칸을 짓는 일이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나라의 시스템과 그 폭력이 ‘무허가’였다니! 고백하자면 나는 최근 ‘문단’의 끔찍한 일들로 참담함과 자괴감에 빠져 있었지만, ‘문학’이 살아가는 일의 알 수 없는 심연을 거느린다는 믿음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와중에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 시와 정치가 송두리째 뒤집혀져 있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든 시는 하나씩의 정부’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증명받는 날이, 하필 지금 우리에게 도래하다니! 그러나 이런 놀라움은 상갓집 농담 같다. 그동안 너무 많은 ‘생명’과 ‘죽음’이 뒤집혀 버렸으니 말이다. 허가와 무허가, ‘문학’과 ‘문단’이 그랬듯이 말이다.
신용목 시인
2016-1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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