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느 기본권들과는 달리 보장의 대상이 토지와 같이 확대재생산이 더이상 불가능한 부동산 등 유한한 재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입법행위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 있는 배분’으로 정치를 개념 정의하는 데이비드 이스턴의 표현에 가장 부합한다.
재산권의 내용을 정하는 대표적인 법률이 민법이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에게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재차 확인하고 있다. 1804년에 제정된 근대 최초의 성문민법전인 나폴레옹법전 제544조에서도 ‘소유자가 소유물을 나머지 민법과 형법에 위반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한된다’고 정했다. 그런데 중산층 이상의 자산가들을 과다 대표해온 국회와 대다수가 평균 이상의 자산가이고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위정자들이 그동안 어떤 법과 정책을 만들어왔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며칠 전 국회에서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통과되었는데, 무려 31년 만의 법개정이다.
최근에 서울의 아파트값 앙등으로 인해 온통 난리법석인데, 야당과 언론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으로 몰아세운다. 이들은 정부의 그릇된 규제조치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아파트 공급 확대 말고는 다른 대안을 꺼내지 못한다. 보유세 인상을 두고서도 세금폭탄으로 침소봉대하니 진정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리고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온통 아파트 천지인데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다소 뜨악하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향후에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게 뻔한데도 말이다. 시장의 실패는 지난봄의 마스크 대란사태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결국 공적마스크를 배급하는 등으로 정부가 개입하고서야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저금리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 등이 한편 이유라지만 부동산투기꾼들에게 아파트를 마치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재화로 내버려둔 것이 또한 문제다. 토지공개념이 그렇듯이 개인과 가족의 실존적인 주거공간과 절박한 주거권의 문제를 마냥 시장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마이클 샌델의 논지대로 돈으로 쉽게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언젠가부터 언론조차도 부동산투기를 갭투자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부르고 있다. 최근에 강남4구 주택 거래의 73%가 갭투자라는 언론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도박판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임차인보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행정수도 이전 등의 국토 균형 발전이 더욱 촉진되어야 한다. 시민혁명 이전부터 프랑스는 파리와 비(非)파리로 구별되었고, 일본에서도 도쿄 중심의 일극화(一極化) 사회의 문제가 크게 불거져왔다. 그렇지만 지금 목도하는 우리의 서울집중현상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일본의 용례에 빗대자면 서울 집중의 초일극화(超一極化) 사회라고 불러야 하겠다. 참고로 인구가 8000만 명인 독일에서 주민수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는 고작 세 곳뿐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에게만 특유한 주택임대차제도인 전세제도를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전세제도가 과거에는 나름의 이유와 효용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주택 소유의 수단으로 부정적인 기능이 더 크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법개정을 통해 민법과 임대차법상으로 전세권이 보호받지 못하면 세입자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액의 돈을 불안하게 집주인에게 내맡기는 전세제도는 자연스레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회가 점차 접속의 시대로 바뀌면서 소유의 종말을 예견하는데, 우리는 소유의 욕망에 더욱 사로잡힌 채로 역주행하는 듯하다. ‘돈의 진정한 이점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작가 폴 오스터의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래서 오르내리는 집값을 머릿속에 내내 담고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이 더욱 딱하기만 하다.
2020-08-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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