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광화문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광화문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나/김동현 사회2부 차장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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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30 17:44
수정 2020-12-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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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체육부 차장
김동현 체육부 차장
부족한 탓일까. 사람은 누구나 ‘한 입’으로 ‘두말’을 한다. 상황이 달라지면 입장과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옛이야기를 하다 예전과 다르게 말하면 말이 달라졌다고 핀잔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정색하고 나무라면 얼굴을 붉히고 싸우게 된다. 그러니 일단 인정하고 시작하자. 사람은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국민들이 느꼈을 때 가장 한 입으로 두말을 자주 하는 곳은 단연 정치권이다. 여당 때 밀어붙이던 것도 야당이 되면 반대로 입장이 돌아선다. 야당 때 반대하던 사업도 여당이 되면 주요 검토 사업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말이 바뀌었다고 비판하면 정치권에서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답한다. 정리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라는 굴러간다. 이는 정치인의 말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알고 있어서다. 사람들이 선거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말이 정치인의 입을 떠나 정책과 행정으로 발전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정치 공약은 누구나 내뱉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정책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만이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이 정책으로 바뀌는 순간 이는 일종의 국민과의 약속이 된다. ‘정치의 일관성’이라는 말은 없어도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서울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도 이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며 말을 더하고 있다. 주요 논리는 서울시장 선거가 5개월 뒤에 있는데 왜 지금 사업을 추진하냐는 것이다. 만약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작업이 어떤 합의도 없이 추진되는 것이라면 맞는 말이다.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축제에 광화문광장이라는 대한민국의 얼굴이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인지 토론해 보자는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바꾸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들여다보면 왜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2016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광화문포럼’을 출범시키며 논의가 시작됐고, 이후 2019년 9월 계획안을 발표했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다시 5개월간의 토론을 거쳐 올해 2월 확정했다. 4년에 걸쳐 전문가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300회 이상 토론회가 열렸다. 이 정도면 숙의(熟議)를 거쳤다고 봐도 될 것 같다. 2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 발표 당시에 반대 여론이 크지 않았던 것도 이런 숙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선 무엇인가 커다란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커다란 상황 변화가 박 전 시장의 부재일 수 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을 바꾸는 사업이 이미 박 전 시장의 개인 공약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시민과의 약속인 정책이 된 상황인데, 시장의 존재 유무가 사업 추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선거판에서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지난 4년간 이뤄진 논의와 토론의 성과물은 폐기하고, 다시 한번 정치의 ‘말잔치’에 광화문을 맡기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약속이 됐을 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하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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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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