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건물주·임차인·정부, ‘노사정 모델’ 사회적 협의체 만들자/김승훈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건물주·임차인·정부, ‘노사정 모델’ 사회적 협의체 만들자/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기자
입력 2020-05-07 17:36
수정 2020-05-08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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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사회2부 차장
“임대인의 선의만 기대하는 덴 한계가 있습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이 ‘착한 임대인 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근본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상가임차료 부담 완화를 위한 중소상인·시민사회·서울시 간담회’에서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춰 주는 캠페인이다. 지난 2월 12일 전북 전주에서 서막이 올랐다.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최대 20% 인하하겠다고 나섰다. 전주발 착한 임대인 운동은 순식간에 서울, 경기,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으로 퍼졌다. 긍정적인 여론이 일자 정부와 자치단체도 나섰다. 정부는 올 상반기 6개월간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하겠다고 했다. 인천·광주·대구 등 자치단체도 재산세를 감면하겠다고 했고, 서울시는 ‘서울형 착한 임대인’을 선정해 최대 500만원까지 건물 보수·방역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소상공인 비용 구조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주축을 이룬다. 신용카드·배달앱 수수료나 각종 공과금, 재료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건비와 관련해선 고용지원금 논의가 지속되고, 지원금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제공됐다. 하지만 임대료와 관련해선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논의 기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광화문 인근에서 소규모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월 임대료만 2000만원을 낸다고 했다. 건물주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어렵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들 대부분은 금전적인 지원을 받으면 임대료 내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소상공인 지원은 임대료 지원을 달리 표현했을 뿐, 결국 건물주 주머니로 대부분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라고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법이 있긴 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선 무용지물이다. 임대료 인상 폭만 5%로 통제하고 있지 재난 상황이나 경기 하락 등을 반영한 하락 폭은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임차인은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닥쳐도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몇 개월간 절반으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오로지 ‘착한 임대인 운동’ 같은 것만 고대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건물주들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걸까. 이런 식으론 답이 없다. 건물주와 임차인 문제도 노사 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노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계약자유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영역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에 비해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이 제정되고 노사정위원회도 꾸려졌다. 사적 영역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노동자를 보호하고 대타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

건물주와 임차인도 계약자유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영역이다.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노동자·사용자·정부가 뜻을 모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해법 모델이 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각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고용안정, 노사협력 등을 협의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각자도생으론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했다.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양보하고 상생해야 한다. 건물주·임차인·정부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협의체가 꾸려져, 임차인도 법과 제도 안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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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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