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프랑스혁명, 비키니, 그리고 부르키니/이제훈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프랑스혁명, 비키니, 그리고 부르키니/이제훈 국제부 차장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09-05 18:28
수정 2016-09-0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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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국제부 차장
이제훈 국제부 차장
1789년 대혁명 당시 프랑스는 헌법에 정교 분리의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왕당파들이 교회의 지지를 얻고 왕정복고를 꿈꾸는 데 대한 쐐기를 박기 위해서였다. 이후 1905년 ‘국가와 종교 분리에 대한 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된 드레퓌스 사건은 결국 에밀 졸라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지고 프랑스 사회에서 가톨릭과 정치가 분리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제정된 법으로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어떤 종교도 공식 종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법은 어떤 종교에 대해서도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종교 건물은 공공재산으로 환원하고 어떤 정치적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법으로 인해 교황 비오 10세는 프랑스를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프랑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수의 종교 집단이 정치에 개입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프랑스 일반 시민의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70년 전인 1946년 7월 5일 프랑스 디자이너인 루이 레아드가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선보이자 패션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디자인이었다. 비키니를 입으려는 모델을 구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을 패션계에 줬지만 비키니는 일주일 만에 전 유럽을 강타했다. 그가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미국이 태평양에 있는 조그만 비키니섬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한 것에서 따왔다. 자신의 수영복이 패션계의 원자폭탄처럼 획기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런 비키니는 1950년대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입을 수 없었다. 이를 금지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몇 개 주에서는 1960년대까지 비키니 착용을 금지했다. 심지어 바티칸에서는 비키니를 입는 것이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비키니 탄생 70주년을 맞은 올해 비키니를 입는 것이 문제가 되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7월 프랑스 남부 칸을 비롯해 니스 등에서 이슬람 여성의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입는 것을 금지하면서 부르키니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표시를 드러내는 것은 정교 분리를 원칙으로 내세운 프랑스 대혁명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2004년 히잡을 공공학교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 2010년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부르키니 금지론자들은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 몸을 다 가리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혁명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잘 살펴보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테러로 인한 이슬람포비아가 은연중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역사를 고려할 때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를 규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프랑스 혁명의 정신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부르키니 금지를 둘러싼 논란은 70년 전 비키니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대혁명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다. 박애(博愛)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박애는 부르키니를 입는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부르키니를 입을 자유를 허(許)하라.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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