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물리학에서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고 가르친다. 가령 쌍둥이 형제 중에 형은 지구에 남아 있고, 동생은 빛의 속력과 가깝게 우주선을 타고 1년 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오면, 지구에 남아 있던 형은 1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고 동생의 여행 속력에 따라 3년도 될 수 있고 10년이 지날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따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 물리학에서는 우주를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이 얽혀 있는 4차원의 시공간으로 본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즉 1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의미는 모두에게 다른 것이다.
필자에게 2020년은 대학을 떠나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희귀핵 연구단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중요한 시작점이었지만, 대한민국 1호 국가과학자인 신희섭 박사에게는 오랜 연구자의 길을 마무리하는 또 다른 측면의 의미 있는 한 해가 됐을 것이다. 지난주 IBS에서 첫 번째 연구단을 이끌었고 30여년 동안 뇌 연구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신 박사의 퇴임식에 참석했다. 신 박사는 퇴임사를 통해 과학자의 열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몰두하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륜에서 나온 이 귀한 조언이 필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와닿았다.
1665년 영국에서는 흑사병이 창궐해 뉴턴이 다니던 케임브리지대가 휴교를 했다. 어쩔 수 없이 고향 집에 가 있던 뉴턴은 그 기간 중에 만유인력의 법칙, 뉴턴의 법칙, 미적분 등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0여년 전 뉴턴이 힘든 시기를 오히려 더 큰 발견의 기회로 삼았듯이 지금 이 시기에도 바이러스의 위기를 인류 발전의 기회로 만들 탁월하고 열정을 겸비한 과학자들이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위기에 많은 과학자들이 백신의 개발과 치료 방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잃어버린 한 해를 보내며, 2021년에는 더 안정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져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모든 인류가 다시금 일상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2020-12-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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