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혹시 지금까지 소개한 분석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셨을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일견 동의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우리 세대에는 미성숙한 부분이 유별나다는 느낌을 가끔 받는다. 자율적 또래문화는 청소년 인지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것도 맞다. 사실 이런 식으로 두 이야기를 엮는 설명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설명은 아니다. 기성세대 지식인들은 입시경쟁으로 삭막해진 교실이 학생들을 망친다고 늘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4년에 태어난 한 명의 20대로서, 이 분석에는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 우리 동네는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인구 4만명의 조치원읍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2010년경 조치원에서 집, 학교, 학원을 쳇바퀴 돌 듯 다니는 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과거부터 그래 왔듯 언제나 어른들을 속여 먹고 자신들의 일탈을 즐겼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학원이 아니라 PC방을 더 많이 갔고, 민증을 속여 술을 마시는 일도 흔했다. 아마 여느 시대 여느 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각박해진 20대에 대한 분석은 모두 틀렸고, 기성세대 지식인들이 본 20대의 집단경험은 전부 가짜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진실을 보았을 것이다. 다만 그 진실이 내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20대가 두 집단으로 나뉘었기 때문 아닐까 추측해본다. 대학을 나온 지식인들로서, 안정적 기반을 갖춘 지식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사회경제적 조건의 청년을 주로 만났을 것이다. 그 청년들은 정말로 ‘입시지옥’을 뚫고 온 이들이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 예컨대 조치원의 학생들은 관찰 대상에서부터 배제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관찰은 내 경험과 겹칠 수 없었던 것이다.
많은 지식인이 ‘청년의 보수화’를 논한다. 아마 그들은 ‘인서울’에 다니는 학생이 보여주는 서열화 정서를 보며 혀를 찰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애들을 저렇게 만들었어”하면서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대로서 내가 한탄하고 싶은 것은 소위 식자라는 사람들의 좁은 시야다. 입시지옥을 거친 이들이 우리 세대의 전부고 그 밖의 세계는 조명될 가치조차 없는가? 집, 학교, 학원의 쳇바퀴를 돌지 않던 수많은 학생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2019-04-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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