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나는 몸이로소이다’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만 보면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 시가 발표된 1923년과 가까운 시기의 우리 몸과 말에 관한 이야기다.
110여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로 된 해부학 교과서가 번역된다. 제중원의 ‘해부학’(1906년). 한국 첫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 의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었다.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의 ‘실용해부학’을 당시 의학생이던 김필순이 번역하고, 제중원 의학교수 올리버 애비슨이 교열했다. 오늘날 일상어가 된 ‘복근’, ‘승모근’, ‘이두박근’에서부터 ‘세포, 연골, 인대, 신경, 망막’ 같은 말들이 이 책에 나온다. 전통 의학에서는 신경 쓰지 않았고, 살피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이렇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서양의학은 몸에 대한 우리말과 생각을 바꿔 간다. 이때까지 몸과 마음은 ‘하나’였지만, ‘별개’이기도 한 것이 된다. 말이 달라지면서 일상도 변해 갔다. 전시회는 10월 14일까지.
이경우 어문팀장
이렇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서양의학은 몸에 대한 우리말과 생각을 바꿔 간다. 이때까지 몸과 마음은 ‘하나’였지만, ‘별개’이기도 한 것이 된다. 말이 달라지면서 일상도 변해 갔다. 전시회는 10월 14일까지.
2018-08-09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