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나만의 방법을 이야기하겠다. 사실 이것은 이번 경우처럼 칼럼의 소재가 없을 때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방법이다. 나로서는 일종의 비법을 밝히는 셈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건 다음주로 다가온 발표건 이 방법으로 나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조금 과장하자면 내 삶에 아주 작은 성공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성공들은 모두 이 방법에 빚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바로 잠들기 전 자리에 누워 그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다. 어이없어 할 사람도 있겠지만 고개를 끄덕일 이들도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실제로 내 삶의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이 방법을 시도하며 거의 모든 시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겠지만 이렇게 누워서 어떤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마치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깨닫는 자각몽의 순간 자신이 그 세상의 신이 돼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잠들기 전의 이 순간에도 나는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머릿속에서 찾아 하나하나 떠올리며 여기에 문제에 따라 논리와 물리적 법칙을 적용해 결과를 예상하며 답을 찾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물론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그냥 잠이 든 다음날 어제 나를 흥분시켜 준 그 답은 기억나지 않고 그저 기발한 무언가를 내가 떠올렸었다는 생각만 남아 있기도 한다. 그 답이 결국 생각날 때도 있지만 때로 영원히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면 정말로 늘 답을 찾는다기보다는 답을 찾았으면 하는 내 바람이 잠결에 취약해진 나를 잠시 속이는 데 성공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지난 며칠 동안 이번 칼럼에 어떤 내용을 쓸지를 잠자리에 누워 고민했다. 그 결과 내가 그동안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어떤 문제든 잠자리에 누워 골똘히 생각하기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바로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나는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요즘 다른 고민이 하나 생겼는데 최근 들어 부쩍 잠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지를 잠자리에 누워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든다는 것이다. 참으로 쓸 만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2019-10-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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