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군데에 전화를 돌리고 사정을 설명한 끝에, 다행히 오늘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프로젝터를 빌려주겠다는 사람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 집까지는 15분 거리였고 프로젝터를 빌려 와 모임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상의 마음가짐일 때 하루 열 시간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느 날 그는 미세한 기분의 차이를 느끼고 오늘 아주 조금의 여유를 가지자고, 곧 90%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임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는 그날 밤 여덟이나 아홉 시간이 아닌 두어 시간밖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주 작은 마음의 틈새가 결과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 프로젝터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아쉽지만 영상을 볼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전달하면서 영상을 열심히 준비한 이의 아쉬운 눈빛을 보았고, 바로 그 순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효석 네오펙트 최고알고리즘책임자(CAO)
이런 정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보다 보편적인 질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가,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질문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인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가는 개인의 가치관에 관한 질문으로 정답이 없는 주관적인 문제인 반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혹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는 객관적 정답이 있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두 질문을 모두 고민해야 하며, 이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를 고민하며, 이러한 고민은 실제로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종종 두 번째 질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만들며, 어떤 이들은 자신이 두 번째 질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 핑계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고민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고민과 무관하게 두 번째 질문, 곧 매 순간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자신이 정한 목표에 부합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 모임에는 휴학을 하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대학생이 있었다. 공부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그에게, 시험을 앞둔 사람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시기를 누리는 것이라고, 곧 이 길이 맞는 길인가 하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고민을 미뤄 두고 두 번째 질문만을 고민하면 충분한 그런 특별한 순간을 보내는 것이라 말해 주었다.
2019-04-30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