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은퇴 소식은 AI와 직업 변화 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이 직업과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전공 선택을 앞둔 입시철이어서 더욱 그렇다.
대중들까지도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은 2016년 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결과는 다 아는 바대로 이세돌 9단이 1번 이기고 4번 졌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복잡하기 때문에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 그 결과는 이세돌 9단 자신과 바둑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대중에게 AI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2016년 한 해 동안 4차 산업혁명, 특히 AI 발전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한 논의가 각계각층에서 뜨거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온 것은 일자리 변화 전망이었다. 단순 반복 노동이 빠르게 자동화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넘어섰다. 일반 사무직은 물론 ‘신의 직업’이라는 의사, 펀드매니저, 판사, 변호사 등도 빠르게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직업 중에서는 정교한 동작, 창의력, 기획력, 협상과 설득 능력,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자동화 대체율이 낮은 직업 상위 30개를 제시했다. 화가, 사진작가, 작가, 지휘자, 작곡가, 연주가, 만화가 등이 앞부분에 자리잡았다.
최근 AI의 발전을 보면 이 전망에도 의문이 든다. AI가 작곡한 음악만 발매하는 레이블이 생겼다. 2018년 경매에 나온 AI 화가 오비우스의 그림은 약 5억원에 팔렸다. 미국에서 개발된 글쓰기 AI는 사용되기도 전에 학생들의 과제, 논문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걱정을 낳았다. 시장 조건만 맞으면 예술 영역 직업 상당수도 예상보다 빨리 대체될지도 모른다.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2016년 4차 산업혁명 붐이 일었을 때 사회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그에 비해 미래를 대비한 태세 전환은 미지근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관심은 식었고 논의는 익숙해져 ‘다 아는 타령’으로 들린다. 기술은 예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지난 3년을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내용과 방법의 개선, 직업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만드는 데 썼는가? 논의만 무성한 채 하던 대로 해 온 것은 아닌지 나 자신부터 돌아본다.
2019-12-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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