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영화 ‘백두산’ 속 재난의 진실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영화 ‘백두산’ 속 재난의 진실

입력 2020-02-03 20:58
수정 2020-02-0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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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개봉한 영화 ‘백두산’의 누적 관객이 8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는 두세 차례에 걸친 백두산 화산 폭발로 큰 지진이 발생하고 핵폭탄으로 마그마방 내의 압력을 감소시켜 마지막 대형 화산 폭발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덕분에 새삼 백두산 화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내용의 사실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마그마방의 형성은 매질 구성 물질과 온도, 압력 환경에 달려 있다. 지각의 상부를 구성하는 화강암질 암석의 경우 지표로부터 약 5㎞ 깊이에서 마그마방이 만들어진다. 깊이가 깊어지면 압력이 증가하고 용융점도 높아져 마그마방 규모는 점차 감소한다. 하부지각에서는 30㎞ 내외의 깊이에서 관찰된다. 지각 내 마그마방은 상부 지각과 하부 지각으로 나뉘고 그 사이는 가는 마그마관으로 연결된다. 영화에서처럼 하부에 4개의 마그마방으로 구분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영화의 마그마방 구조는 마그마방 존재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탄성파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다. 탄성파 탐사 연구는 매질 내의 지진파 속도 분포를 층상구조로 표현하는데, 마그마방을 4개의 저속도층으로 구분했던 것을 영화에서는 4개의 마그마방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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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백두산 분화와 함께 발생한 규모 7의 지진으로 약 450㎞ 떨어진 평양과 약 600㎞ 떨어진 서울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규모 7 정도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진앙지로부터 100㎞ 이내 지역에서 발생한다. 또 평양 시내 건물이 붕괴된 직후 서울에 지진파가 도착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건물 피해는 강한 진동을 일으키는 S파에 의해 발생한다. 백두산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를 감안해 보면 지진 발생 후 90초 후에 평양의 건물 붕괴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S파보다 더 빨리 전파되는 P파는 서울에 75초 만에 도착한다. 따라서 평양의 건물 붕괴 이전에 서울에도 P파가 도착해 지진 발생을 인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은 백두산 주변에 있는 지진관측소를 통해 지진 발생을 더 빨리 인지할 수 있다.

또 화산 폭발로 규모 7 지진이 발생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화산 분화 시 관측되는 화산지진은 폭발에 따라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보통 규모 1 내외의 작은 지진들이다. 규모 7의 중대형 지진은 10㎞ 이상의 단층면 파열이 가능한 활성단층에서나 가능하다.

핵폭탄으로 마그마방 한쪽을 뚫고 마그마방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핵폭발로 생기는 강한 지진파는 마그마방 안으로 전파돼 마그마방 내에 큰 응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 결과 마그마방 내에 기포가 발생하고 화산 분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규모 7가량의 지하 핵실험을 하면 백두산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그마방 근처에서 발생하는 폭발은 거리가 가까워 작은 폭발이라도 더 위험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 이런 분석은 무의미할 수 있다.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 분화한 활화산이다. 미래 분화 가능성을 제시하는 여러 증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훼손할 때 자연은 인간에게 거칠게 다가온다. 지금의 평온한 백두산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02-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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