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의 시시콜콜] 세월호 진상규명은 ‘우공이산’의 자세로

[문소영의 시시콜콜] 세월호 진상규명은 ‘우공이산’의 자세로

입력 2014-09-05 00:00
수정 2014-09-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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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논설위원
중국 고전인 ‘열자’의 탕문편(湯問篇)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나온다. ‘뜻을 세우고 꾸준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이다. 옛날 중국의 익주(翼州) 남쪽 하양(河陽) 북쪽에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이 있었다. 이 산 북쪽에 사는 우공(愚公)은 이 두 산을 빙 둘러가는 탓에 불편하자 “가족이 전부 힘을 합쳐 두 산을 옮기자”고 결의하고 그다음날부터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의 진전은 보잘 것 없었다. 전혀 낙심하지 않고 일하는 우공에 한 부인은 자식 일곱 명을 몽땅 데려와서 일을 도왔다. 한번은 잘난척하는 지수(智?)가 이를 비웃었는데, 우공은 “내가 죽더라도 대대손손 산을 옮길 것이고, 산이야 지금보다 조금도 커지지 않을 것이니 언젠가는 두 산을 다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우공의 답변에 깜짝 놀란 산신령은 스스로 산을 옮겼다. 우직한 우공도 멋지지만, 더 싸우지 않고 ‘피신’이란 타협안을 내놓은 산신령의 정치적 감각과 실행력도 놀랍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입법청원에 국민 약 500만명이 서명했다. 입법청원용 서명으로 역대 최다 서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봄 소풍·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팽목항에 10명이고, 사망자가 294명에 이르는데 두 계절이 바뀌어도 ‘적폐의 청산’이나 ‘국가개조’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끌지도 몰랐다. 지수처럼 교양있는 분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 등의 사회적 ‘이지메’도 놓는다. 청와대와 여당이 산신령처럼 스스로 깜찍한 정치적 타협안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이 걸린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 현대사가 입증하고 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불온세력의 폭동이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내란 및 내란목적의 살인행위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것은 1997년 4월 17일이었다. 17년의 세월이 걸렸으나 진실은 자신을 드러냈다.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자·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발포, 많은 사상자를 낸 ‘톈안먼 사건’(天安門事件)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의 과제로 남아 있다. 중국 지식인이 부러워할 만큼 한국 사회는 아직 건강하다. 그러니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위해 우리는 우공처럼 꾸준히 산을 옮기는 수밖에 없다.

symun@seoul.co.kr
2014-09-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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