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논설위원
그러던 팬택이 25일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2006년 첫 번째 워크아웃 신청 이후 18분기 연속흑자를 이루며 보란 듯이 워크아웃을 벗어났지만 지속된 자금난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퀄컴과 삼성전자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안정화의 길을 걷는 듯했지만 그 또한 헛수고였다. 팬택은 그동안 현대전자 휴대전화부문과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일약 글로벌 업체 반열에 올랐다. 한때 스마트폰 ‘베가’를 앞세워 국내 2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멈췄다. 박 전 부회장의 행보는 이처럼 ‘신화’와 ‘풍운아’로 오가며 세간에 각인됐다.
팬택의 거듭된 좌초 이유는 여럿 거론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 피처폰 시장에 주력해 온 팬택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혔다. 중저가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몰락도 스마트폰 시장의 도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국내시장에서의 보조금 지급경쟁은 마케팅자금이 부족한 팬택엔 결정타로 작용했다. 첫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는 “삼성과 애플에 당당히 겨루고 싶다”고 했을 만큼 진가를 보였지만 그의 승부사 면모는 거기에서 머물고 말았다.
팬택의 시장 전망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에 이르렀고 삼성과 애플, LG 외에도 무서운 신예로 등장한 중국업체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섰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중국업체들은 중심 부스에 자리한 삼성·LG의 옆자리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삼성과 애플은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폰 후속 전략을 내놓고 있다. 긍정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져 취약한 보조금 경쟁에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은 있다. 알뜰폰 시장이 무르익는 등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좋은 소식이다.
채권단은 다음 달 인수·합병을 포함한 팬택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휴대전화 성공신화를 쓴 박 전 부회장의 선택처럼 팬택은 지금 회사 운명을 좌우할 기로에 섰다. 우리의 벤처시장에선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와 MP3의 아이리버 등 ‘최초와 1등’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선 팬택의 ‘신화’가 이어질지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업만으론 향후 시장에 대처하기란 버거워 보인다. 박 전 부회장도 회사를 떠난 상태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2-28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