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숙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 교수
3월이다. 각 대학은 내년도 신입생 선발 계획 등을 구체화하고 고3 입시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대학 홍보와 입시 설명회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물론 당사자인 입시생과 학부모는 교육관련 기사에 어느 때보다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작은 기사라도 세밀하게 읽고 혹시라도 유용한 정보를 놓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교육면 기사에 주목할 때다.
이러한 시점에 서울신문이 3월9일부터 5회에 걸쳐 ‘입학사정관제-심층진단’이라는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싣고 있다. 시의성의 측면에서 우수한 기획 아이템이다. 9일 그 첫 회에는 ‘오해와 진실’편을, 그리고 지난 주 두 번째 시리즈는 ‘왜 경쟁률 떨어지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물론 시리즈의 첫머리에 ‘5회에 걸쳐 입학사정관제의 현실과 공략법, 개선할 방향을 짚어본다.’라고 기획 의도를 언급하였으니 시리즈의 제목대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심층진단’이 기획의도라 하면 그 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충분치가 않다. 그 다음 질문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쓴 기사일까 생각해 보았다. ‘공략법’을 일러주겠다고 하니 이제 바로 사정관전형으로 입시를 치르고자 하는 입시생과 학부모를 위해 성공을 위한 준비전략을 안내해주기 위한 기사일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런데 두 번의 시리즈 기사를 읽다 보니 입시생에게 유용한,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일 거라고 미시적 수준으로만 기획의도를 끌어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입학사정관제, 정부주도로 대학들이 수동적으로 도입하게 된 사정관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내용들도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민다. 추천서 작성이나 충실한 학생부 기록이 막중한 업무 부담으로 돌아온 고등학교 교사들이 정부가 대학에만 재정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기사의 포인트로 다룬다.
기획팀의 입장은 무엇일까? ‘현실’은 이렇게 준비가 부족하고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지만 대학입학을 위해서는 ‘공략’해 볼 만한 제도이니 여기서 제시하는 대로 전략을 짜서 도전해 보기를 제안하고 싶은 것일까?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도입배경부터 이 기사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많은 문제를 갖고 시작되었다.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공교육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 이러한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우리 교육계의 문제들을 느낌으로나마 명쾌하게 해결해 줄 것 같은 묘책이 필요했고 비장의 카드로 등장한 것이 입학사정관제였다.
이 제도를 도입해서 대학들이 학생선발을 하게 되면 내신 한 등급, 수능 한 문제에 목매달지 않아도 될 거라는 큰 희망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너무나도 다급한 상황에서 시작된 입학사정관 제도는 제도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 이 제도를 통해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 그리고 대학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이 신천지를 개척하고 싶어 하는 학부모, 이 모든 주체들에게 동상이몽의 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 이 기획시리즈는 좀 더 명확한 관점과 입장이 정리되어야 할 것 같고 기획의도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충분한 조사와 주제영역에 대한 전문성 등이 수반된다면 독자들은 이 기사에 기꺼이 품질인증을 할 것이다.
2010-03-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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