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후안무치 법무부와 대법관의 자격/박성국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후안무치 법무부와 대법관의 자격/박성국 사회부 기자

입력 2014-01-20 00:00
수정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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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6년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5명의 대법관 후보자가 발표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 기자단 기자실. 예상했다는 듯 ‘역시나’ 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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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사회부 기자
박성국 사회부 기자
언론과 법조계가 예상한 인물은 5명의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검찰 출신인 정병두(53·사법연수원 16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다. 문제는 정 검사장 정도면 최고 사법기관의 법관으로 손색이 없다는 당위성에 따른 예상이 아니다. 법무부가 이미 없어진 ‘검찰 몫 대법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검찰 측 후보자를 내려는 정황에 따른 예상이라는 점이다.

앞서 정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고검장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자 사의를 밝혔고 정 검사장이 지검장으로 있던 인천지검은 정 검사장의 퇴임식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만류하고 정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인사발령했다. 이를 두고 승진하지 못한 검사장에게 대법관 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기획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관에 검찰 인사가 오른 것은 1964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법부를 정권의 뜻대로 휘두르기 위해 주운화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대법관에 임명한 게 시초가 됐다. 하지만 헌법이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등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물론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대법관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없다. 경력 20년 이상의 검사로서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따져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 검사장은 2009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재직 당시 용산참사 수사본부장을 맡아 농성자 20명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7명 등 27명만 기소하고 진압작전에 투입됐거나 지휘한 경찰에 대해서는 전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때 희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것과 관련해 “(유가족의) 동의서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며 논란이 됐다.

정 검사장은 같은 해 MBC ‘피디수첩’의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제작진이 농림수산식품부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피디와 작가들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물론 대법원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밖에 정 검사장은 2006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사건을 담당해 무혐의 처리했고,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합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정 검사장의 이력을 지적하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구성원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출신 정권 실세인 김기춘(75·고등고시 12회) 대통령 비서실장, 정홍원(70·연수원 4기) 국무총리 등이 정 검사장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들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검사장의 추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만난 한 부장판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요즘 국민들은 이번 대법관 인사를 통해 정권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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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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