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정부의 복지 기능이 확대되면서 그와 관련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되는 현상은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경제개발 사업과 달리 사회복지 사업은 대상 선정이나 서비스 결정에 있어 수혜 대상자의 개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민들과 가까이 호흡하는 지방정부가 그 역할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복지서비스 재원을 중앙과 지방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원칙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어디에 거주하는가에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향유해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은 국가가 부담하며, 이를 넘어 정책적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국가와 개별 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이나 정책의지 등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육이나 급식 지원은 국가가 부담하되 이를 넘어서는 계층에 대한 지원은 일정한 국가 지원을 전제로 시행 여부나 수준을 자치단체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상사업의 내용을 국가가 너무 세세하게 구분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치단체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앙에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의존적이라는 의미는 단지 자치단체들이 세입의 많은 부분을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재정 행태적인 측면에서도 중앙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현행 제도와 환경들이 그렇게 유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치단체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사업들을 추진할 때 부담의 상당 부분은 주민들의 지방세 부담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과연 그 부담을 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를 주민들이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낭비적 사업들이 추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주민들의 부담을 늘리려고 하는 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정부의 기능과 세출 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앙과 지방 간 기능 및 재원 배분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으로 이양하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들은 없는지, 중앙부처들이 사업의 내용을 너무 세세하게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바람직한 지방재정 구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자율과 책임이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을 실현하는 데 있어 지방세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 의존 재원이 아니라 지방세가 지방재정 운영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보다 성공적인 지방자치 구현이 가능할 수 있다. 지방세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방세 크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방 세출의 변화가 주민 부담과 연계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함으로써 지방세의 조세가격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소득세를 광역단체 세목으로 설정하고 특히 소득세분의 세율은 자치단체의 세출 예산과 연계해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그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이다. 이번 제도 개편을 보다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2013-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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