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입력 2013-07-29 00:00
수정 2013-07-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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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의 상업적인 평가기관들이 매년 자국 대학이 상위를 점하고 있는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면 변방 국가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하느라 바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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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그렇게 좋은 학과인 줄 몰랐어.” 아침 밥상머리에서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아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아침신문에 실린 2013년 세계대학평가에 관한 기사에서 필자가 나온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가 세계 2위로 평가받았다는 내용을 본 모양이다. 많은 독자들이 그 기사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뿐. 아내가 미리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면 아내에게조차도 나 스스로 그 기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겸손해서?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내가 공부한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 주요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평가의 신뢰성은 물론이고 그러한 순위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학문이라 할지라도 대학에 따라 특성이 다름에도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를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순으로 평가해 뉴욕시를 파리나 로마에 비해 더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과 총장들 모임인 유럽대학협회(EUA)는 국제대학 순위 평가에 관한 보고서에서 세계 대학 순위 평가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종래의 대학 평가 전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 평가를 하는 기관들이 나름대로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들 기관에 의한 대학 평가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진단한 EUA는 앞으로 자체의 평가 기준을 만들어 대학을 평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기관이 대학 평가를 해서 순위를 매기는 미국·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언론사에 의한 대학 평가가 유행이다. 대학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가시적인 이익은 많지 않을 성싶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가 남는 장사라는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나날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언론사들이 무슨 역량이 있는지 처음에는 한 곳에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더니 해가 갈수록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날수록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늘어나 얼마 전에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언론사의 대학 평가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평가기관인 언론사의 전문성 및 타당성 부족, 대학의 획일화 및 서열화 조장, 대학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교육적 낭비 초래, 결과의 상업성 활용”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대학 교육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려면 한국학술재단과 같은 공적인 전문기관에서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 사회로부터 평가 결과를 신뢰받을 수 있으며 그런 평가를 통해 국내 대학의 세계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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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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